최근에 우리학교에서 한해 기준 개교이래 최대인원(14명)이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그중 한명은 우리과 졸업생이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내가 볼 땐 응시생 수가 늘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2012년에 내가 우리 학교에 처음 왔을 때, 상경계열임에도 불구하고 공인회계사 시험 준비하는 학생을 쉽게 볼 수 없었다. 그래서 학생들한테 왜 공인회계사 시험 준비 하는 학생이 이렇게 눈에 안띄냐고 물었더니 다들 내 질문이 어이 없다는 듯이 "고시잖아요? 저희가 무슨 고시를..."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10년 가량이 지난 현시점에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중에 공인회계사 시험 준비한다는 학생이 제법 눈에 띈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개교이래 최대 합격생을 배출하고야 말았다.

10년전에 학생들은 공인회계사 시험 이외에 대안이 많았다. 은행권도 지금보다 많은 비이공계 인력을 채용했고, 영남대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뽑는 중견기업도 많았다. 조금 준비를 잘 하면 대기업도 심심찮게 갔다. 모두 필기시험이 필요없었다. 그리고 학생들 스스로 "우리가 무슨 고시를..."이라면서 자기패배적인 예언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들도 공채로 인력을 뽑는 곳이 드물고 모두 경력직 수시모집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은행권은 필기시험을 보고 있고 그나마도 대부분 핀테크를 위한 이공계 인력을 뽑는다. 그러니 학생들 입장에서는 중소기업부터 시작해서 이직에 이직을 거듭해야 하는 사기업 취업보다 공무원, 공기업,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한번의 시험으로 미래가 결판나는 쪽을 선호하게 되었다. 모두 시험을 봐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게 불확실성이 낮고 더 공정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건 우리 학교만의 현상이 아니어서 전체적으로 공인회계사 응시생 수가 최근 대폭 늘었다. 하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에 그 폭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에 개교이래 최대인원을 배출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아무리 학교의 체계적인 지원이 있더라도 절대적인 응시자 수가 얼마되지 않으면 합격자 수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을 테니까.

학생들이 공인회계사 시험에 몰리는 원인은 결국 극심한 취업난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대안들이 막혔기 때문에 공인회계사 시험으로 몰리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 이번 일이 "우리가 무슨 고시를..."이라는 패배의식을 버리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