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평가결과가 나왔군요. 2012년부터 2022년까지의 10년가량의 강의평가에서 볼 수 없었던 평가들을 볼 수 있었던 강의평가입니다. 특히 지난 몇년간은 완전히 동일한 내용을 가르쳤는데도 강의평가를 통해서 이 강의에 요구하는 게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작년까지는 대체로 "같은 내용을 쉽게 반복해서 설명해줘서 이해가 잘 되었다"라는 게 주된 강의평가였다면 올해는 "생각할 시간을 좀 달라"거나 "이론을 구체적인 수치 예제로 다시 설명해 달라"는 등 대체로 이해가 잘 안간다는 게 주된 강의평가로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같은 내용에 같은 방식이었는데... ㅠ.ㅠ 주관식 강의평가와 그에 대한 내 답변을 공개합니다. 예년과 다르게 분반이 없고 수강인원이 적어서 강의평가도 많지 않네요.

 

1. 오픈북이 아니어도 좋으니 시험문제에 0점방지용 문제보다는 중간과 하위를 가르는 변별력(개념문제)을 추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교수님의 생각보다 저희는 부족하다는 것을 아시면서...

답변: 조기취업한 학생들과 일부 공부 안하는 학생들의 행태로 볼 때, 0점 방지문제를 내서 F를 면하게 하는 게 과연 좋은 정책인지 의구심이 드는 한 학기였습니다. 차라리 0점 방지문제를 없애서 화끈하게 F를 주는 게 성적증명서를 더럽히지 않는 깔끔한 방법이 아닌가 싶고, 이렇게 해야 학생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공부를 조금이라도 더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 확정된 건 아니고... 그리고 시험문제는 매우 쉬운 문제부터 매우 어려운 문제까지 골고루 냈습니다. 변별력을 위한 개념문제의 추가는 0점 방지문제를 제외시키는 대안으로 고려해볼 수도 있겠네요.

 

2. 다 좋은데 Ppt 화면이 잘 안보입니다. 가독성이 좋지 않아서 조금만 뒤에 앉아도 휴대폰 줌을 당겨야 해서 불편했던 것 빼곤 좋았습니다.
강의자료를 다운받을 수 있게 해주시면 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답변: 강의슬라이드는 교재를 거의 그대로 슬라이드 형태로 만들다시피 한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한테 파일로 배부하는 것이 곤란합니다. 앞으로 강의슬라이드 없이 교재를 화면에 띄워놓고 강의할 생각입니다. 그러면 학생들도 수업중에 교재의 어디를 공부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교재에 보충필기를 하기도 더 쉬워질 겁니다. 코로나 직전까지 이렇게 강의했었는데 코로나로 비대면 온라인 강의를 하다보니 수개월에 걸쳐서 강의슬라이드를 새로 제작한 겁니다. 온라인 강의에서는 가독성에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오프라인 강의에서는 가독성이 좋지 않다고 하니 다시 옛날 방식으로 돌아갈까 합니다.

 

3. 교수님이 강의력이 뛰어나신 분이고 배려도 잘해주실 뿐더러 수업도 잘 이끌어주시려는 게 눈에 보이지만, 저에게는 너무 어려운 수업이었습니다..ㅠㅠ 
특히나 시험에 과정이 조금이라도 틀리면 가차없이 그어지는 부분에서 점수에서 많이 낙담했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 들었어요..!

답변: ㅠ.ㅠ 다들 어렵다는 평밖에 없네요. 똑같은 내용과 똑같은 방식의 강의였는데도 작년 재작년 강의평가와 너무 대조적이랄까... ㅠ.ㅠ

 

4. 어려운 과목이지만 교수님이 반복설명을 해서 이해했다.

답변: 이런 평가가 과거 강의평가에서는 주류였는데... 어쩌다가 올해는 이런 강의평가가 잘 안 나오는지... ㅠ.ㅠ

 

5. 문제풀이에만 숫자를 적용하기보다 그래프나 수식설명해주실때, 직관적인 이해가 되도록 숫자를 대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수식만 설명해주시니까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피피티가 강의실문제라고 하셨는데, 피피티자체를 바꿔주시면 좋겠습니다. 앞자리에서야 겨우 잘보이고, 뒷자리에서는 전혀 안보입니다. 초록바탕에 노란글자, 빨간글자는 희미하면 보이지않고, 선명하면 눈이 아픈것 같습니다..!

답변: 이런 평가도 10여년만에 처음 봅니다. 휴... 그래프나 수식을 숫자를 대입해서 설명해달라니... 실제 상황을 가정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예시 같은 거라면 몰라도 그냥 단순한 그래프나 수식을 설명하는 데 그래프나 수식이 문자로 표현되어 있는 거랑 숫자로 표현되어 있는 게 무슨 의미 차이나 이해도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ㅠ.ㅜ max{0,ST-K}를 설명하는데 이걸 max{0,$100-$90}으로 바꿔서 설명해달라고요? Profit=ST-K를 Profit=ST-$90으로 해서 그래프를 다시 설명하라고요? 무슨 차이가...

그리고 이미 강의분량을 극소화시킨 상태에서도 시간이 모자라서 책에 있고 예전 수업에서는 다루었던 "옵션 가격의 범위" 부분을 통째로 생략하고 수업을 진행했는데, 매 이론마다 이론과 그래프를 수치로 바꿔서 설명해달라고 하면 어느 부분을 희생하고 강의를 해야 할까요? 두번씩 반복설명하던 걸 딱 한번만 설명하고 넘어갈까요? 아니면 이미 줄일대로 줄인 강의내용을 더 덜어내서 더 적게 가르쳐야 할까요? 힘드네요... ㅠ.ㅠ

 

6. 시험에 대한 피드백이 항상 빨리 나와서 제가 모르는 게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모르는 것에 대해서도 질문하면 이해가 쉽도록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님

답변: 오~ 누군지 알겠다. 내가 10여년간 받은 질문보다 더 많은 질문을 한학기동안 했던 불굴의 질문자! 아무리 구박해도 꿋꿋하게 질문공세를 이어나가던 학생! 마지막 수업시간이 끝나도 질문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던 그 학생! 아닌가... ㅎㅎㅎ;

이번 학기에 수업 끝나고 나한테 질문한 학생이 한 세명 쯤 되는 것 같은데, 수준 높은 질문은 아니지만 꾸준히 본인이 이해할 때까지 온갖 핍박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시간 질문을 했던 학생이 있었습니다. 이 친구 정말 칭찬하고 싶습니다. 첫째로는 "반드시 이해하고야 말겠다",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두고야 말겠다"는 그 강렬한 투지를 높이 사고 싶고, 둘째로는 "아니, 이런 것도 모르냐? 이거 몇번이나 설명했는데 아직도 모르겠냐?" 같은 핀잔을 들어도 굴하지 않고 계속 질문하는 그 맷집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 학생은 반드시 훌륭한 인생을 살아나갈 것으로 믿습니다.

이 친구 외에 상당히 예리한 질문을 몇 번 한 학생이 두명 쯤 되었던 것 같은데, 이 질문들도 과거 10여년간 받은 질문들보다 예리한 훌륭한 질문들이었습니다. 이 친구들도 칭찬하고 싶습니다.

 

7. 조기취업자이라 수업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답변: 너무 당당한 거 아닌가요?;;; F는 면했나요?

 

8. 수업 중간 중간 학생들이 머릿속으로 개념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혼자서 계속 읊으시는 느낌입니다. 공식을 설명하거나 증명을 할 때도 개념이 어렵기 때문에 숫자를 넣어서 설명을 하는 등 직관적인 예시를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종종 그렇게 설명을 해주시긴 하셨는데 모든 증명마다 다 그렇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답변: 5번 학생이랑 강의평가 같이 한 듯... ㅎㅎㅎ; 5번 학생에 대한 답변에도 밝혔지만, 시간과 분량의 한계로 더 이상의 시간을 할애하기 힘듭니다. 머릿속으로 개념을 정리할 시간은 두번 반복 설명하면서 충분히 주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 더 시간을 달라는 건 두번 반복 설명하고 나서 학생들한테 "자! 이제 설명 다 했으니 각자 10분간 머릿속으로 정리할 것!" 뭐 이렇게 공백시간을 달라는 겁니까? 이건 수업 끝나고 각자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수업중에 10분간 각자 생각할 시간을 주면 과연 그 시간에 각자 생각을 할까요? 아니면 옆에 있는 친구랑 잡담을 할까요?

모든 증명마다 숫자를 넣어서 설명하는 게 이해도 향상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더 소요되기 때문에 반복 없이 진도를 나가거나 강의분량을 줄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옵션 가격의 범위" 부분도 결국 스킵하고 넘어갈 정도로 시간이 넉넉하지 못한 상황인데... 어떻게 하란 말이오... 혹시, 수업시간 외에 추가로 온라인 보충수업 같은 걸 해달라는 건가요?

"혼자서 계속 읊는다"고 했는데 혹시 토론식 수업이라던가 질의응답식 수업이라던가 이런 걸 원하는 건가요? 학생들간에, 학생과 교수간에 막 활발한 교류가 있는 그런 수업? 문제풀이도 막 시키고 나와서 설명도 해보라고 하고 막 그런...? 폐강되지 않을까요? 예전에 이렇게 수업했더니 폐강되던데... 요즘 학생들은 좀 다를까요? 아래 글 참고하세요.

https://financialeconomics.tistory.com/entry/아-옛날이여

 

9. 피피티 배경색을 흰색으로 하면 가독성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강의 자료를 올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답변: 화면에 교재 띄워놓고 판서하면서 강의하는 걸로... 강의자료 파일은 배포불가. 왜? 교재를 거의 그대로 형태만 바꾼 게 강의자료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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