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2016년까지 영남대학교 경제금융학부의 영어프레젠테이션 대회와 금융토론대회의 심사위원을 하면서 많은 학생들의 보고서와 발표를 보아왔다. 물론 수업시간에 과제로 낸 보고서와 발표도 많이 보았다. 글쓰기와 발표에 대한 연습은 초중고 시절과 대학 1학년 시절까지 충분히 했었어야 하지만 대학 3~4학년이 되어서도 아직 글쓰기가 안되는 학생들이 정말 많다. 절대다수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다. 그래서 심사위원으로서 학생들한테 바라는 바를 몇자 적어보고자 한다. 물론, 내 개인적인 바램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많은 교수님들이 이 글에 공감하실 것으로 믿는다. 그러니 학생들은 보고서 작성과 발표에 참고하기 바란다.

1. 글의 종류

공모전 등에 제출할 수 있는 글들은 크게 설명문과 논설문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사실을 설명하는 설명문은 주로 다음과 같은 형태를 띌 것이다.

(1) 도입(서두)→설명(본문)→요약(결미)

본인의 생각을 주장하는 논설문은 주로 다음 두 가지 형태 중 하나이다.

(2) 문제제기(서론)→현상진단(본론)→비교분석 및 비판(본론)→찬반 등 입장표명(본론)→요약(결론)

(3) 문제제기(서론)→현상진단(본론)→원인분석(본론)→대안제시(본론)→요약(결론)

설명문이든 논설문이든 글의 주제나 공모전의 내용에 따라 적절한 형태를 선택하면 되겠지만, 대체로 남들이 이미 만들어둔 문헌을 인용하는 수준의 설명문이라면 자신의 생각이 들어 있는 논설문보다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물론, 설명문이라 하더라도 남들이 아직 제시하지 못한 새로운 것에 대한 설명이라면 가치가 있을 것이고, 논설문이라도 남의 주장들을 인용해서 엮어둔 수준의 논설문이라면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다. 하지만, 학생들 수준에서 아주 새로운 것을 설명하는 것은 많은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논설문의 형태로 글과 발표를 진행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겠다.

특히, 논설문 중에서도 대안제시가 있는 (3)의 형태가 비판과 찬반만 있는 (2)의 형태보다 학생들의 창의적인 생각이 반영될 소지가 크다. 때문에 (3)의 형태로 글과 발표를 진행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 쉽다고 하겠다.

2. 서론과 결론의 중요성

학생들이 흔히 간과하는 것이 서론과 결론의 중요성이다. 본론은 열심히 써 놓고 서론과 결론을 대충 엉망으로 써서 글과 발표 전체를 망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서론에서는 이 글 혹은 발표가 뭘 하겠다는 방향을 명확히 제시해 주어야 하고, 결론에서는 본론의 모든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요약되어야 한다. 그래서 서론을 읽고 결론을 읽으면 글이나 발표 전체의 내용이 다 파악될 수 있어야 좋은 글 혹은 발표라고 할 수 있다.

서론에서 방향을 제시하지 않거나 잘못 제시하면 독자 혹은 청중은 갑자기 본문의 내용을 접하고 당황하거나 의아해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글이나 발표의 전달력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결론에서 갑자기 본문에서 제시하지 않은 내용을 제시하거나 요약을 제대로 하지 않아도 당연히 글이나 발표의 전날력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심지어는 글이나 발표의 내용이 독자 혹은 청중들에게 오해되거나 그들을 이해불가의 혼란상태에 빠뜨릴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좋은 평가는 물건너가게 된다.

특히, 이 글 혹은 발표가 왜 중요한지,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서론이나 결론에서 잘 어필할 필요가 있다. 종종 아주 고생해서 참신한 주제와 훌륭한 논리로 글이나 발표의 줄기를 잘 잡아놓고도 서론과 결론을 소홀히 해서 그런 우수성이 묻히는 경우가 있다. 반드시 서론이나 결론에서, 이 글이나 발표의 내용이 기존 다른 문헌들과 어떤 차별점이 있고 그러한 차별점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명확히 해야 좋은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3. 주제의 참신성

당연한 얘기지만, 주제가 참신할수록 좋은 평가를 받기에 유리하다. 설명문이라면, 설명의 대상이 되는 내용이 남들이 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현시점에서 그것을 아는 것이 시의적절하거나 뭔가 도움이 된다면 참신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논설문이라면 본인의 주장이나 그 논리적 근거가 남들이 제시하지 않은 새로운 것일수록 더 참신한 주제라 할 것이다. 진부한 주제, 뻔한 내용, 누구나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볼 수 있는 정도의 글과 발표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특히, 심사위원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글이나 발표를 진행한다면, 참신하게 평가될 뿐만 아니라, 질의응답에서도 상당히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심사위원들은 해당분야의 최고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어설프게 진부한 내용으로 글을 쓰거나 발표를 하면 심사위원의 날카로운 질문에 난도질당하고 말문이 봉쇄되는 상황을 겪기 십상이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 것이다.

4. 분석방법의 참신성

주제를 보여주는 과정에는 반드시 뭔가에 대한 분석이 포함될 텐데, 이러한 분석의 방법이 참신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설문조사를 해서 그 결과를 통계분석한다거나, 전문가 면담자료를 수집해서 종합하고 분석한다거나, 남들이 찾지 못한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한다거나, 통계학이나 계량경제학 시간에 배운 통계기법들을 적극 활용하는 등의 방법이 단순히 기존문헌들을 찾아서 정리하고 인용하는 수준의 분석보다 참신하다고 할 것이다.

이런 참신한 분석방법은, 그 참신성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참신한 분석방법을 사용하기 위해 들어간 학생들의 노력 또한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 그냥 신문기사들 인용하고 엮은 수준으로 분석을 진행한 보고서 혹은 발표와 100명의 재래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서 이를 분석한 보고서 혹은 발표를 놓고 보자면 당연히 후자의 경우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그러한 노력에도 주목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5. 인용과 참고문헌

남이 작성한 내용을 끌어다 쓰는 것을 인용이라 하는데, 인용은 반드시 그 출처를 밝히고 써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의 것에 대한 도둑질이 되고, 특히 통계자료라면 그 신뢰도를 의심받을 소지가 있다. 많은 학생들이 이를 간과하고 남의 글이나 자료를 출처없이 무단으로 복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참 안타깝다. 이런 모습은 당연히 나쁜 평가로 이어지게 된다.

인용의 방법이나 참고문헌의 작성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대부분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해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더 많은 잔소리를 늘어놓고 싶지만 당장 생각나는 것이 이 정도밖에 없어서 안타깝다. 글의 종류를 잘 선택해서, 참신한 주제와 참신한 분석방법으로 글이나 발표를 진행하되, 서론과 결론을 명확히 하고, 인용과 참고문헌 표시를 성실히 한다면 반드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이 글을 통해 이제는 과거와는 다른 수준 높은 보고서와 발표를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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