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를 받고 강단에 선 지도 이제 6년째다. 초짜 교육자들이 흔히 겪는 과도한 열정기(초고난도 내용을 압축적으로 다 가르치려는 열정을 보이는 시기)도 보내봤고, 그래서 폐강도 돼봤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게 있다면 무조건 쉽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가르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내용을 최소화하는 것과 예습과 복습이 필요 없도록 차근차근 친절하게 반복해서 설명하는 것이다. 사실, 두 방법은 같이 쓸 수 밖에 없다. 내용이 많으면 차근차근 반복해서 설명할 시간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6년을 가르치면서 내용면에서 더이상 줄일 수 없을 정도로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부분만 추려서 가르치게 되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정말 친절하게 인내심을 가지고 여러번 반복해서 설명을 하고 있다. 수업중에 예제를 내고 그 풀이과정까지도 세세하게 다 보여주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예제를 수업중에 풀 기회도 주고 있다. 심지어 관련되는 고등학교 교과내용까지 다시 복습시켜서 가르친다. 그래서 예습은 물론이고 복습도 필요없는, 그야말로 수업내용을 수업시간에 모조리 소화하고도 남는 완전학습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자부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보다 더 친절할 수 없는 강의다. 학원강의도 이보다 더 친절할 순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수업직후에 받은 몇몇 질문들은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75분짜리 수업 3회 이상에 걸쳐서 반복에 반복을 더해 설명했건만, 이제는 익숙해졌을 것이라고 믿었건만, 완전 초보적인 부분에 대해서 엉뚱한 질문을 하는 학생이 있다. 심지어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하나도 모르겠는데 중간고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느냐고 걱정을 토로하는 학생도 있다. 기가 막혀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취업난에 취업준비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그래서 수업중에 완전학습이 가능하도록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반복에 반복을 하고, 같이 문제도 풀어보고, 직접 문제를 풀어볼 시간도 주지 않는가? 도대체 여기서 뭘 얼마나 더 쉽게 가르쳐야 한단 말인가?

인구절벽이 코앞에 있다. 앞으로 많은 대학들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게 될 것이고, 내가 가르치게 될 학생들도 지금보다 더 수능 성적이 낮은 학생들일 것이다. 이 학생들에 맞춰 점점 더 쉽게만 가르쳐야 한다면 우리나라 대학들의 수준도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대체 그 하락의 끝은 어디가 될 것인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헬조선이 헤븐조선이 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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