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100만 시대에 대학 동아리 활동 또한 위축일로에 있다. 학생들의 성향이 갈수록 개인주의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극심한 취업난 앞의 N포 세대에겐 이마저도 사치로 여겨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심지어 취업동아리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영남대학교 경제금융학부의 취업동아리인 인큐믹스도 최근 몇년간 신입기수 모집상황을 보면 언제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 하겠다. 인큐믹스 지도교수로서 몇년간 인큐믹스 학생들의 활동을 지켜보아온 소회를 말하자면, 한마디로 점점 힘이 빠진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점점 낮아지는 신입기수 모집 경쟁률은 둘째로 치고서라도, 예전 기수들에게서 보았던 열정도, 단합력도, 추진력도, 자율성도 점점 약해지는 느낌이다. 아무리 개인주의화되고 소극적인 성향을 띄어 가는 세대라고 하지만, 불과 한두 기수 위의 선배들이 어려워서 그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그들의 노하우도 전수받지 못한다면 졸업하고 사회생활은 어떻게 할지 심히 걱정된다. 지난 몇년간 지도교수로서 학생들을 훈련시킨 내용들이 지금은 다 물거품이 된 느낌이다. 선후배간 전수가 안되어서.

오죽하면 2015년 겨울방학에는 사상 처음으로 방학숙제를 다 냈겠는가? 이건 정말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2014년 가을에 녹화해서 지도교수 블로그에 공개한 "금융시장과 투자분석" 강의를 겨울방학동안 각자 듣고서 개강후 시험 보는 숙제, 그 동영상 강의 내용에 기반해서 3인 1조로 기업분석 보고서 쓰는 숙제, 취업관련 책 읽고 독후감 쓰는 숙제,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자 관심 있는 사회현상에 대해 사설을 써서 책으로 엮어 이른바 Opinion IncuMics를 제작하는 과제가 그것이다.

그나마 Opinion IncuMics 제작은 학생들이 스스로 제안한 활동이라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의 자율성은 남아 있다는 데에서 꺼져가는 희망 속에서 작은 불씨를 찾은 느낌이다.

하지만, 지도교수로서 Opinion IncuMics 또한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싶지 않다. 대학생 취업정보 잡지를 표방하고 제작했던 Job IncuMics 또한 단 1회 제작후 흐지부지 사라지고 말았었던 전력이 있으니까. 희망적이고 힘이 나는 격려사를 써주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이게 지도교수로서의 솔직한 심정이다.

인생은 다른 사람이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어미새의 입만 바라보는 새끼새들처럼 지도교수가, 학교가, 사회가 뭔가 해주기만을 바라고 있어서는 안된다. 어미새가 언제까지나 새끼새를 돌봐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언제까지나 어미새에게 기대려고만 하면 어미새도 힘들어서 죽고 어미새가 죽으면 자립능력이 없는 새끼새도 죽을 수 밖에 없다.

"노오력"이 부족해서 취업이 안되는 것이라고 말하면 속된 말로 "꼰대" 취급 당하는 시대이다. 워낙에 구조적으로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어서 모든 것을 개인 노력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 노력도 없이 상황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아무리 상황이 좋아지더라도 노력 없이 이룰 수 있는 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Opinion IncuMics를 비롯한 인큐믹스의 활동을 지켜보겠다. 과연 자립능력을 가지고 사회로 나갈 것인지 아니면 조직 전체가 멸종될 것인지는 인큐믹스 학생들의 몫이다.

2016년 3월 1일
인큐믹스 지도교수
조승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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