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를 제외한 우리나라 방송에서 대학교수를 보기는 쉽지만 초중고 교사를 보기는 참 어렵다. 그런데 KBS 역사저널 그날에는 고정 출연자로 현직 고등학교 교사가 출연하고 있다. 바로 대광고등학교 역사담당의 최태성 선생님이다. 불과 며칠 전에 학교에 사표를 내고 20년 공교육 현장을 떠나 역사교육을 대중화하겠다고 사교육계로 간다는 기사를 접해서 조금 놀랐지만, EBS에는 그대로 남는다는 소식을 보건대 입시를 위한 사교육 업체로 가는 건 아닌 모양이다.
어쨌건, 나는 이 양반을 상당히 좋아한다.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양반의 EBS강의도 거의 다 들었다. 물론, 입시와는 전혀 상관 없이 그냥 재미로 말이다(이 양반이 EBS에 나오기 시작한 게 2000년대인데 나는 97학번이다.). 성격도 좋고 인품도 훌륭하며 유쾌하고 잘 가르치기 때문이다. KBS 역사저널 그날과 EBS 한국사 강의를 보면 이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다.
최근에 이 양반의 인터뷰가 워크넷에 실린 바 있다. 나는 이 양반 팬이므로 이 인터뷰도 당연히 읽었다. 그런데 그중에 참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있있다. 교사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실력과 따뜻한 품성이며,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따뜻한 품성이라는 대목이 그 부분이다. 학생들은 믿고 기다려주면 다들 훌륭하게 자란다면서 학생들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나? 이 부분을 읽는 순간 이 양반은 해탈한 부처님이 아닐까 싶었다(내가 불교를 믿어서 이런 표현을 쓰지만, 사실 이 양반은 기독교 신자가 아닌가 싶다. 대광고등학교도 기독교 계열 학교이고.). 그리고 내 스스로 부끄러웠다.
내 경험상,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하다. 답답함으로 터질 것 같은 울화통을 억누르고 친절하게 가르쳐야 하는 그런 인내심 말이다. 이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를 가르쳐 보지 않은 사람은 이런 인내의 스트레스를 모른다.
비슷한 예를 들자면,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데 상대가 정말 말귀를 못 알아먹어서 답답한 경우를 경험해봤을 것이다. 계속 설명하고 설명해도 잘 모른다. 아니, 그냥 모르는 게 아니라 잘못 알아듣고 자꾸 엉뚱한 소리를 한다. 그러다 보면 언성이 높아지게 되고 이에 화가 난 상대는 왜 언성을 높이냐고 시비를 걸어온다. 이런 경험 한번씩은 다들 있을 것이다.
가르친다는 것은 이런 사람 수십명을 앞에 두고 수(십)년동안 똑같은 걸 되풀이 해서 설명하고 또 설명하면서도 언성을 높이지 않고 알아들을 때까지 친절하게 다시 설명하고 또 질문도 받아주는 활동이다. 잘 가르쳐 놔도 해가 바뀌면 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앞에 앉아 있다. 이렇게 얘기하면 그 인내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클 지 상상이 될까?
어떤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러서 사태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포기하고 냉소적으로 변해서 상대가 알아듣던 말던 내버려두고 갈 길을 간다. 이런 상황에서 화를 내지도 않고 포기하지도 않으며 끝까지 상대를 가르쳐 내고야 만다면, 그 사람은 엄청난 인내심을 소유한 사람이거나 혹은 해탈의 경지에 오른 부처님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태성 선생님의 저 한마디는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말이다. 본인은 겸손하게도 본인도 아직 수양중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누군가를 가르쳐본 경험이 있다면 이게 얼마나 대단한 경지인지 알 것이다.
가르치는 족족 쉽게 알아듣고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제자를 둔 스승은 그래서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이다. 내 수업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학생이 10%는 될까 싶다. 나머지 90%의 학생들에 대해서 나는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되돌아보면 최소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진 않다.
나는 아직 해탈하려면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고사를 한 주 앞두고 마지막 질문을 받다보면 정말 울화통이 터져버릴 것 같은 순간이 많으니까 말이다. 터져나오는 울분을 어금니 굳게 다물고 참으면서 친절을 보이려니 참 힘들다. 그래도 아직 울화통이 터질 것 같은 것을 보면, 이 친구들을 포기하고 냉소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 같진 않다. 해탈의 경지에 이르도록 애쓰고는 있지만, 점점 냉소적으로 변해갈까봐 두렵기도 하다. 연차가 더 쌓이면 좀 나아지려나? 나는 과연 언제쯤 해탈할 수 있을 것인가?
어쨌건, 나는 이 양반을 상당히 좋아한다.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양반의 EBS강의도 거의 다 들었다. 물론, 입시와는 전혀 상관 없이 그냥 재미로 말이다(이 양반이 EBS에 나오기 시작한 게 2000년대인데 나는 97학번이다.). 성격도 좋고 인품도 훌륭하며 유쾌하고 잘 가르치기 때문이다. KBS 역사저널 그날과 EBS 한국사 강의를 보면 이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다.
최근에 이 양반의 인터뷰가 워크넷에 실린 바 있다. 나는 이 양반 팬이므로 이 인터뷰도 당연히 읽었다. 그런데 그중에 참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있있다. 교사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실력과 따뜻한 품성이며,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따뜻한 품성이라는 대목이 그 부분이다. 학생들은 믿고 기다려주면 다들 훌륭하게 자란다면서 학생들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나? 이 부분을 읽는 순간 이 양반은 해탈한 부처님이 아닐까 싶었다(내가 불교를 믿어서 이런 표현을 쓰지만, 사실 이 양반은 기독교 신자가 아닌가 싶다. 대광고등학교도 기독교 계열 학교이고.). 그리고 내 스스로 부끄러웠다.
내 경험상,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하다. 답답함으로 터질 것 같은 울화통을 억누르고 친절하게 가르쳐야 하는 그런 인내심 말이다. 이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를 가르쳐 보지 않은 사람은 이런 인내의 스트레스를 모른다.
비슷한 예를 들자면,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데 상대가 정말 말귀를 못 알아먹어서 답답한 경우를 경험해봤을 것이다. 계속 설명하고 설명해도 잘 모른다. 아니, 그냥 모르는 게 아니라 잘못 알아듣고 자꾸 엉뚱한 소리를 한다. 그러다 보면 언성이 높아지게 되고 이에 화가 난 상대는 왜 언성을 높이냐고 시비를 걸어온다. 이런 경험 한번씩은 다들 있을 것이다.
가르친다는 것은 이런 사람 수십명을 앞에 두고 수(십)년동안 똑같은 걸 되풀이 해서 설명하고 또 설명하면서도 언성을 높이지 않고 알아들을 때까지 친절하게 다시 설명하고 또 질문도 받아주는 활동이다. 잘 가르쳐 놔도 해가 바뀌면 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앞에 앉아 있다. 이렇게 얘기하면 그 인내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클 지 상상이 될까?
어떤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러서 사태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포기하고 냉소적으로 변해서 상대가 알아듣던 말던 내버려두고 갈 길을 간다. 이런 상황에서 화를 내지도 않고 포기하지도 않으며 끝까지 상대를 가르쳐 내고야 만다면, 그 사람은 엄청난 인내심을 소유한 사람이거나 혹은 해탈의 경지에 오른 부처님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태성 선생님의 저 한마디는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말이다. 본인은 겸손하게도 본인도 아직 수양중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누군가를 가르쳐본 경험이 있다면 이게 얼마나 대단한 경지인지 알 것이다.
가르치는 족족 쉽게 알아듣고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제자를 둔 스승은 그래서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이다. 내 수업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학생이 10%는 될까 싶다. 나머지 90%의 학생들에 대해서 나는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되돌아보면 최소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진 않다.
나는 아직 해탈하려면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고사를 한 주 앞두고 마지막 질문을 받다보면 정말 울화통이 터져버릴 것 같은 순간이 많으니까 말이다. 터져나오는 울분을 어금니 굳게 다물고 참으면서 친절을 보이려니 참 힘들다. 그래도 아직 울화통이 터질 것 같은 것을 보면, 이 친구들을 포기하고 냉소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 같진 않다. 해탈의 경지에 이르도록 애쓰고는 있지만, 점점 냉소적으로 변해갈까봐 두렵기도 하다. 연차가 더 쌓이면 좀 나아지려나? 나는 과연 언제쯤 해탈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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