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하다보면 흐리멍텅한 눈빛과 마주칠 때가 심심찮게 많다. 그래서 똑같은 내용을 두번, 세번 반복해서 설명하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흐릿한 눈빛을 애써 감추지도 않는 학생들이 꽤 많다. 걱정과 분노가 동시에 치밀어 오른다.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선착순 문제풀이도 해보지만 맨날 점수를 따는 학생들만 악착같이 매달릴 뿐, 흐릿한 눈빛의 학생들은 마치 남의 일인양 문제풀이에 관심도 없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되뇌인다.

 

'나는 너그러운 교수다. 나는 학살자가 아니다. 얘들아, 제발 나를 학살자로 만들지 말아주렴... 제발...'

 

중간고사를 치르고 채점을 해본다. 이번 학기에도 여지없이 학살자가 되어버린 허망한 모습의 나 자신을 재발견하게 된다. 그렇게도 나온다고 강조를 했건만, "교수 너는 떠들어라, 나는 틀리련다" 하고 보기좋게 0점을 맞는 학생들이 참 많기도 하다. 이또한 요즘 유행하는 대2병의 한 증상일까?

 

오늘도 나는 속으로 되뇌인다.

 

'나는 너그러운 교수다. 나는 학살자가 아니다. 얘들아, 제발 나를 학살자로 만들지 말아주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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