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다가오니 평소와 다르게 질문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네요. 이에 몇가지 규칙을 제시하니 반드시 따라주기 바랍니다.
 
1. 연습문제 해답을 요구하지 마세요.
 
우리 교재에 대한 연습문제 해답은 따로 없습니다. 있다고 하더라도 여러분에게 제공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오픈북 시험인데다, 우리 교재에 나오는 문제와 동일 혹은 유사한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입니다. 해답을 제공할 경우, 제대로 공부는 하지 않고 답안을 외워서 들어오려는 학생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러분을 공부하게 만들고 뭔가 배우도록 만들고자 하는 것이 강의의 목적이라 본다면, 이런 경우에 강의의 목적이 현저히 위협받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오픈북 시험이고 교재의 문제와 유사하거나 동일한 문제가 출제되는데 그 문제들에 대한 해답까지 제공된다면, 여러분을 열심히 공부하도록 하기 위해서, 또한 변별력을 키우기 위해서 우리 교재에 나오지 않는 어려운 문제(교재의 내용을 두어번 꼬아서 응용해야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이 그걸 원하는 건 아니겠지요?
 
또, 연습문제가 엄청 어려운 문제들이라면 모르겠지만, 교재에 나오는 증명 등에서 문자를 숫자로 바꾸는 수준에서 풀 수 있는 계산문제가 거의 전부입니다. 이런 문제가 반드시 해답을 보고 본인의 답안이 맞는지 판단해야 하는 수준의 문제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계산기를 잘못 조작한 게 아니라면 그렇게 계산한 답이 틀릴 수가 없겠지요. 답안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논리는, 본인의 풀이가 맞는지 틀리는지 알고싶다는 건데, 이건 순전히 본인이 계산기를 정확히 다룰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다는 말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연습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됩니다.
 
2. 본인의 풀이과정을 들고와서 맞는지 틀리는지 나한테 검증을 요구하지 마세요.
 
다른 학생들에게는 해답을 제공하지 않는데 본인만 본인의 풀이를 들고와서 검증 받는 것은 해답을 간접적으로 획득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은 불공정 경쟁이지요.
 
3. 질문은 수업시간에 해주세요.
 
학생들의 질문 유형은 세 가지입니다.
(1) "해답은 없습니까?"
(2) "제가 이 문제 제대로 푼 건지 봐주실 수 있습니까?"
(3) "이 부분이 이해가 안 가는데 다시 설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강의내용을 벗어난 고차원적인 질문을 하는 사람은 10,000명에 1명 될까 싶습니다.
 
(1)과 (2)는 위에서 금지시켰고, (3)의 경우에 제발 수업시간에 해주기 바랍니다. 수업시간에 질문하는 경우 한번만 설명하면 동일한 질문을 가진 모든 학생들의 궁금증을 한번에 해소할 수 있으니까요. 여러분이 개별적으로 나한테 찾아와서 질문을 할 경우, 여러분은 한 두가지의 질문을 나한테 던지지만, 나는 그런 학생들 수십명을 상대로 같은 얘기를 반복하게 됩니다. 이 얼마나 시간과 에너지의 낭비입니까? 오죽하면 우리 교재 제3장 73페이지에 이런 내용을 적어놨을까요?
 
여러명이 동일한 질문을 수십번 해서 수십번 같은 대답을 해주는 것도 힘들지만, 간혹 한명의 학생이 나를 수십번 찾아와서 괴롭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발 이러지 마세요. 질문을 모아서 한꺼번에 해주면 좋겠습니다. 한번씩 찾아올 때마다 일하던 맥이 끊기고 일정에 차질이 발생합니다.
 
여기는 미국이 아닙니다. 미국은 과목 하나당 조교가 서너명씩 있어서 수많은 학생들이 수시로 찾아와도 일일이 대응을 해준답니다. 그게 그 조교들의 일이거든요. 그 댓가로 월급을 받는 것이고. 대신 학비가 한국보다 몇배(최고 약 10배) 비싸지요. 이 과목에는 이 과목에만 따로 배정된 조교가 없습니다. 그러니 위와 같은 행동을 자제해주기 바랍니다.
 
수업시간에 질문할 기회를 주었는데 왜 질문을 하지 않느냐고 학생들에게 물으면, "부담스러워서요"., "나댄다고 할까봐요.", "저런 초보적인 것도 모르냐고 비웃을까봐요."와 같은 대답이 많습니다. 이런 부담감과 본인의 궁금증 혹은 학점을 잘 저울질해보고 저울이 기우는 쪽으로 행동하기 바랍니다. 공식적으로 수업참여제도까지 폐지해서 학생들의 부담감을 덜어줬는데도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는 정도의 수업참여조차도 부담스러워서 못하겠다는 학생들을 보면,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과연 학생들의 욕망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묻고 싶습니다.
 
시험까지 남은 기간동안 시험준비 잘 하고, 시험 전 마지막 시간에 질의응답 기회를 준다고 했으니 그때 필요한 질문을 꼭 하기 바랍니다. 그날 이후로는 시험이 끝날 때까지 어떠한 형태로든 질문을 받지 않습니다. 화이팅하고 학구열로 불타는 주말 보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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