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경고위험군에 속한 학생과 통화를 했다. 통화 시작이든 끝이든 중간이든 그 어느 시점에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 내가 지도교수라는 걸 알고도. 그동안 이런 경우에 잔소리를 지겹게 했지만, 그 학생들이 졸업하고 신입생들이 들어오면 전부 리셋이다. 사실, 잔소리를 해도 잘 고쳐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젠 별로 잔소리 하기도 싫다. 기껏해야 내 블로그에 넋두리 하는 게 다다.

영남대 학생들이 인사를 잘 하지 않는다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영남대에서 근무를 시작한 2012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그렇다. 잘 모르는 사람한테 인사하는 모습을 바라는 게 아니다. 최소한 본인이 수업을 듣는 교수나 지도교수 혹은 교수임이 분명한 사람에게도 인사를 잘 하지 않으니 하는 소리다. 게중에는 꼬박꼬박 인사를 잘 하는 학생이 있긴 있다. 비율로 따지면 한 10%는 될까? 오죽하면 몇년전에 상대 학장님께서 "인사를 잘 합시다"라는 문구가 커다랗게 쓰여진 띠를 어깨에 두르고 지나가는 학생들한테 90도로 인사를 다 하셨겠나? 그래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면 의외라는 반응이다. 본인이 근무하는 회사(주로 공기업)에 들어온 신입직원들은 대체로 인사성이 밝더라는 것이다. 추측컨대, 인사성이 밝은 학생들이 공기업과 같이 좋은 직장에 선발되어 들어간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우수한 사람들이 인사도 잘 하더라 하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연세 지긋한 CEO들의 특강에 단골로 등장해서 오히려 진부해져버린 얘기다. 그러고 보면, 내가 가르친 학생들도 인사성이 밝은 학생일수록 졸업후에 잘 풀린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써 놓으면 전략적으로 인사를 하기 시작하는 학생들도 있을까? 하긴 인상이 더러워서 자꾸 입사 면접에서 떨어진다는 지적에 6개월간 인상을 개선해서 취업을 한 학생도 보긴 했으니...

모든 걸 떠나서 인사는 사회생활의 기본중의 기본이다. 결국은 어떤 형태로든 사회생활을 잘 해보려고 받는 게 교육인데, 그 사회생활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인사도 제대로 못한다면 나머지 교육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제발 인사 잘 하는 학생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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