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에 쓰는 행복한 이야기

 

조승모

 

교수로서 보내는 세번째 스승의 날이다. 첫해는 2011년 경북대학교 경영학부에서 초빙교수로 보낸 스승의 날이었는데, 학생회에서 일괄적으로 준 뻿지를 받았던 것 외에는 특별함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둘째해는 2012년 영남대학교 경제금융학부에서 맞은 스승의 날이었는데 당시 결혼 준비중이라 매우 바빴던 기억 밖에 나지 않는다. 따라서 사실상 이번에 맞은 스승의 날이 교수로서 보내는 진정한 첫 스승의 날이 아닌가 싶다.

 

스승의 날에 내가 지도하는 인큐믹스 학생들이 연구실문을 생화와 사랑한다는 문구로 화려하게 장식해주었고, 간부진과 신입 7기 학생들이 케익을 들고 찾아와서 스승의 은혜 노래를 정성스럽게 불러주었다. 나는 이걸 자랑하느라 옆 연구실의 이용주 교수님을 초대해서 학생들과 함께 케익을 먹었다.(이용주 교수님께서 학생들이 꽃을 들고 찾아올 때 마다 날 초대해서 자랑하시던 것에 대한 보복으로 말이다.) 아마도 나는 내 연구실문을 장식하고 있는 이 생화들이 바짝 말라서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는 이상 절대 이 생화들을 버리지 못할 것 같다.

 

<2013년 5월 15일 생화와 글자로 내 연구실 문을 장식한 직후 인증샷을 찍은 인큐믹스 회장 정성진과 부회장 김소연. 서로 사이가 나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웬지 둘이 잘 어울리고 닮았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인큐믹스 소속의 백채원 학생, 구민지 학생, 우성협 학생이 문자나 페이스북 메세지, 페이스북 등을 이용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해왔다. 대학원 지도학생인 장병원 학생(나보다 10살가량 연배가 높으셔서 학생이라는 호칭을 쓰기도 미안하지만...)의 감사 메세지도 있었다. 고맙고 따뜻한 메세지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스승의 날을 보내며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스승의 날 저녁 7시 16분에 받은 한 통의 문자 메세지를 읽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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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모 교수님! 안녕하세요^^ 2011년도 경북대학교에서 투자론과 재무관리 수업을 들었던 황이삭입니다. 항상 교수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는데, 취업하고 나서 연락은 한번도 못드렸네요.ㅠ.ㅠ

 

저는 작년 7월 국민생활체육회라는 체육관련 공공기관에 입사해 서울에서 지내며, 1년이 조금 덜 되게 근무하고 있습니다^^ 취업하면 꼭 알려드려야지 하고 생각만 하다가 스승의 날까지 와버렸습니다.ㅎㅎ 학부때 교수님의 그 어려운(?!) 수업도 잘 따라갔다는 자신감으로 회사생활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지금쯤 대학생들 중간고사가 끝난 것 같은데 투자론과 재무관리 시험 공부하던게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ㅎㅎ)

 

아참, 교수님께서 작년에 결혼하신 것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엄~청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ㅎㅎ

 

아무쪼록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황이삭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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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황이삭 학생! 반갑네요.^^ 잊지 않고 이렇게 연락해줘서 고맙네요. 체교과 학생이 경영학과나 수학과 학생들 제치고 항상 월등한 성과를 보여줘서 기대를 가지고 지켜봤었습니다. 지금도 학생들한테 황이삭 학생 이야기 합니다. 좀 본받으라고.^^ 이젠 학생이 아니라 사회인이 되었군요. 좋은데 취업한 거 축하하고 체육계의 훌륭한 여성행정가로 크게 성장하리라 기대합니다. 바쁘겠지만 연락하고 지냅시다. 오랜만에 반갑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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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옷!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자주는 아니더라도 종종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몇시간 남지 않았지만 남은 스승의 날, 기분 좋게 마무리 하셔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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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는 경북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여학생(이젠 학생이 아니지만...)이다. 당시에 내가 가르친 투자론과 재무관리 수업은 지금 내가 가르치는 과목들에 비해 상당히 수학적이고 어려운 내용이었다.(2012년에 내가 가르친 금융시장과 투자분석 내용이 경북대학교에서 가르쳤던 투자론 내용과 거의 같다.) 당연히 거의 모든 학생들이 어려워서 생난리를 치던 그런 과목들인데 이 친구는 배울 게 많다는 이유로 내 과목들을 아주 좋아했다. 그래서 특유의 성실함으로 수학과 학생들이나 경영학과 학생들조차 버거워 했던 내용을 매우 열심히 공부해서 두 과목 모두에서 A+를 받았다.(당시, 나는 현재와 같은 A+폭격기는 아니었다.) 매우 인상깊은 학생이었다.

 

특히, 사대생이다보니 5월 한달 내내 대명동 미군부대(캠프 헨리인지 캠프 조지인지 잘 모르겠지만...)내의 미국인 학교에 체육교생으로 교생실습을 나가는 바람에 한달간 수업을 들어오지 못한 상황에서도 혼자서 내 블로그에 게시된 자료들을 공부해서 결국 A+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미적분학은 내 과목에서 처음 배운다고 했던 학생이 말이다. 이런 점이 너무나도 특이해서 이 친구를 눈여겨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왜 체교과 학생이 내 수업을 듣느냐고 물었더니 체육행정가로 크고 싶어서 듣는다고 했다. 공부를 해보니 체육학이나 교육학만으로는 체육행정가로 성장하기 어려울 것 같고, 경제논리와 경영마인드를 배우기 위해 경영학과 수업을 듣고 있는데 내 수업이 정말 배울 게 많다고 느껴서 듣고 있다고 했다. 덩치도 자그마한 체교과 여학생이 체육행정가가 되려고 한다는 포부도 당찼지만, 이 친구는 실제로 축구에도 일가견이 있어서 축구 심판 자격증도 땄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마도 실제로 심판으로 활동도 해온 것으로 기억한다. 또,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VIP통역요원으로도 활동할 만큼 활동력과 어학실력도 상당한 친구라서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그러다가 2012년 상반기에 이 친구로부터 안부 메일을 한통 받았다. 졸업은 했으나 여러군데 원서를 쓰고 낙방을 하기를 되풀이하면서 고생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힘 내라는 격려의 답장을 해주고는 참 아쉬워 했었는데, 오늘 문자가 그 아쉬움을 일시에 날려버린 것이다.

 

짧은 경력이지만 내게도 선생의 피가 흐르고 있는지, 성실한 학생, 노력하는 학생을 보면 참 이뻐보인다. 그리고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뿌듯하고 기뻐진다. 하지만, 교수로서 가장 기쁘고 행복한 순간은 내가 가르친 학생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을 보는 순간인 것 같다. 부모님들께서 항상 하시던 말씀, 스승님들께서 항상 하시던 말씀이 이제야 가슴에 와 닿는다. 최고의 보답은 잘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그 말 뜻을 이제야 알 것 같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 중에 아마 황이삭 학생 또래 사회에 진출한 첫 세대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 나의 제자들이 꿈을 이루어 가는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길 희망한다. 그것이 내가 교수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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