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설계 1차 상담을 메일로 진행했는데, 극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학생들이 성의가 없다. 처음 시작할 때 인사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것도 졸업할 때까지 계속 만나게 될 지도교수한테 보내는 첫 메일인데... 본문 내용도 부실하기 짝이 없어서 적어서 보내라는 사항을 단어 한두개씩으로 적어보냈다. 만사가 귀찮아 죽겠는데 뭘 자꾸 시키냐는 느낌이랄까? 당연히 끝인사도 없다.

 

서로 얼굴 좀 보자고 메일에 본인 사진이나 동영상도 같이 보내랬더니 윙크에 브이 표시를 하면서 찍은 쎌카를 지도교수한테 보낸 학생이 있다. 명랑한 건 좋다만 아무리 그래도 공식적인 메일인데 너무 격식이 없다는 생각은 안 드는 것일까? 그래도 이건 그냥 귀여운 사례다. 석양을 배경으로 본인의 멋진 옆모습 프로필 사진을 찍어보낸 학생이 있는가 하면 선글라스에 마스크까지 끼고 모자를 눌러쓴 사진을 보낸 학생도 있다. 지도교수한테 본인의 얼굴을 그렇게도 숨기고 싶은 것인가? 이 학생은 학교 시스템에도 공식사진이 없다. 나는 동영상까지 찍어서 내 얼굴을 보여줬구만...

 

기한으로 설정한 날까지 두세명만 메일을 보냈기에 안내문자를 보냈더니 그제야 성의없는 메일들이 날아드는데, 일부 학생들은 기한을 넘겨서 그 다음날 보냈고 일부는 아직까지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다들 많이 힘든 모양이다.

 

이래놓고 나중에 3학년 쯤 되어서 MT 같은 데 가서 심각한 취업현실을 듣고는 왜 이런 현실을 진작에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았냐면서 진작에 알았으면 준비를 철저히 했을 것이라고 학교탓을 하는 학생들을 종종 본다.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생활설계라는 과목 자체가 그런 현실에 대비해서 대학생활을 어떻게 할지를 알려주는 과목인데, 정작 본인들이 이 과목을 들을 때는 성의없이 들어놓고는 나중에 학교탓을 한다.

 

하도 많이 겪다보니 이젠 화도 안 난다. 성의 없는 메일에는 성의 없는 답장을 보낼 수 밖에 없다. 이 글을 읽고도 또 꼰대의 잔소리로 치부하겠지... 2차 상담은 대면상담으로 진행할 것 같은데 벌써부터 두렵다. 학생들한테 화낼까봐...

 

PS - 일부 학생들은 자기 지도교수님이 누군지도 몰라서 본인 지도교수님께 보낼 메일을 나한테 보내기도 했다. URP에 입력하려고 보니 내 지도학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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