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동아리 소속 학생들중에 본행사만 참여하고 집에 가는 학생들을 보면 좀 안타깝다. 원래 중요한 정보교환은 뒷풀이 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홈커밍데이처럼 졸업생들이 오는 행사는 물론이고 개강총회, 종강총회도 그 뒷풀이를 통해서 지도교수나 선배들한테 듣고 처음 알게 되는 소중한 정보가 얼마나 많은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 뒷풀이를 단순히 술판으로 보는 모양이다. 술판이 체질적으로 싫은지 그냥 공식행사 끝나면 집에 가는 학생들이 꽤 있다.
MT도 마찬가지다. 동아리 가입하고 첫 MT라면 더욱 그렇다. 사실상 서로 처음 만나고 처음 부대끼는 행사인데 알바 일정 때문에 빠진다는 학생들 보면 앞으로 동아리 활동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지 정말 걱정이 된다. 생계문제로 알바를 하는 거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1년에 많아야 2번 가는 MT인데, 특히 첫 MT인데 참가를 고민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고 이해가 잘 안된다. 오히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이상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물론, 술판, 놀자판으로만 뒷풀이와 MT를 이용할 수도 있다. 마음에 맞는 친구나 선배와만 어울리면서 술 많이 마시고 즐거운 시간만 보낼 수도 있다. 선배, 졸업생, 지도교수 같은 웬지 어색하고 잔소리만 늘어놓을 것 같은 존재들을 피해서 당장의 즐거움만 추구할 수도 있다. 그러다보면 아무리 학생이 많아도 지도교수 주변에는 일정한 동심원이 생긴다. 물에 기름 한 방울 떨어진 것 같달까?
예전에는 내가 스스로 물과 섞이려고 이 자리 저 자리 옮겨다니면서 몸부림 쳐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봤자 물방울의 위치만 달라질 뿐, 물과 기름은 안 섞인다. 중간에 물과 기름을 연결해줄 계면활성제(비누) 역할을 자처하는 존재(회장단)가 있긴 하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나는 회장단과만 얘기하다 모임이 끝나게 된다. 결코 물과 직접 섞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몸부림 치기를 포기했다.
나도 술을 잘 못하고 사교성이 부족해서 모임이나 술자리를 좋아하진 않는다. 아마 요즘 학생들은 예전 학생들보다 더 개인화되어서 이런 모임을 나만큼이나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동아리는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스스로 지원해서 스스로 가입한 단체이다.
취업동아리에서 하는 일상적인 스터디 활동이나 공모전이 전부가 아니다. 취업시장의 현실을 겪어보지 않아서 너무나도 취업시장의 현실을 모르는 학생들이 그 현실을 알고 그 현실에 대비하기 위해 취업동아리에 가입한 것 아닌가? 그런 현실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들이 모두 어색하고 싫어서 피하고 싶다면 도대체 취업동아리에는 왜 가입한 것인가?
기름과 결코 섞이지 않는 물로만 남아 있다가,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보니 모두가 기름이라면 어떡할 것인가? 스스로 기름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비누 정도는 되어서 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 연습을 하는 곳이 바로 취업동아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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