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취업동아리 신입기수 선발이나 교환학생 프로그램 선발 면접관으로 참여해보면, 본인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뭔지도 모르고 지원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 이런 학생들은 지원동기를 물으면 본인 이야기만 한다. 난 정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어 미치겠다고... 그래서, 다른 방법도 많은데 왜 꼭 이 프로그램이어야 하느냐고 물으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진다.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까...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지원자: 미국 A대학 경영대학으로 교환학생으로 가고싶다. 가고싶어 미치겠다. 여기 가려고 지난 1년간 이런 저런 걸 준비했다.
면접관: 거기 가서 뭐 하게?
지원자: 영어도 공부하고 미국사람들과 친분 쌓으려고...
면접관: 그런 거라면 한국에서 영어학원을 다니면 된다. 왜 꼭 이 학교여야 하나?
지원자: (버벅거리기 시작한다.) 그... 저...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본토에서 하는 게...
면접관: 그럼 미국으로 어학연수 가도 되는데?
지원자:...
면접관: 거기 가서 무슨 공부를 하려고 하는가?
지원자:...저... 제 전공이 경제학이라 경제학 공부 하려고...
면접관: 거긴 경영대학인데 웬 경제학?
지원자: (당황하며) 경제학 과목도 있을 거다.;;
면접관: 이 학교 홈페이지 들어가 보긴 했나?
지원자: 들어가 봤으나 과목은 조회 못 해봐서...
면접관: 경제학 공부는 한국에서 해도 되는데 왜 하필 이 학교에서 하려고 하나?
지원자:...
면접관: 장래 희망이 뭔가?
지원자: 외교관이다.
면접관: 외교관 되는 거랑 이 프로그램이랑 무슨 관련이 있나?
지원자: 영어...
면접관: 경제학 공부 한다며?
지원자: (땀 삐질) 아, 경제학...
면접관: 경제학이 외교관 되는 거랑 무슨 관계냐?
지원자: (당혹스러워 하며) 그... 외교관도 경제를 알아야...
면접관: 여긴 경영대학인데?
지원자: (땀 줄줄)...

어느 기업에 취업하고 싶어서 원서를 냈는데, 그래서 요행히 서류 통과하고 면접장에 갔는데, 무조건 여기 들어오고 싶으니 뽑아달라고만 한다거나, 뭐 하는 회사인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겠다고만 우격다짐하면 과연 뽑아줄까?

지원동기나 자기소개서의 관점을 본인이 아니라 해당 프로그램으로, 학교로, 기업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걸 왜 모르는 걸까? 면접장은 내가 왜 뽑히고 싶은지를 말하는 곳이 아니라 심사자가 왜 나를 뽑아야 하는지를 설득하는 곳이라는 걸 왜 모를까? 설마, 우리 학생들, 취업면접 가서도 이런 식으로 면접해서 모두 탈락하고 있는 건 아닐지 심히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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