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20년 전보다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기에 월등히 좋은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대학생들을 보면 20년전 대학생들보다 훨씬 어리고 철이 덜 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경제금융학부에 입학했으면서도 장래희망은 마케팅 전문가라고 하는 1학년 학생, 은행원이 되겠다면서도 금융 과목은 한 과목 밖에 안듣고 4학년이 되어버린 학생을 보면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해줘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가 발달하면 교육은 온라인으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학교가 사라질 것이라는 미래 전망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머쓱해져버렸다. 하버드나 MIT에서 세계적인 학자들의 강의를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해도 그 조회수는 유명 가수의 뮤직비디오 조회수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다.

서점에 가보면 학술서적 코너는 다른 코너보다 확연히 규모가 작다. 그나마도 대학 교재나 전문직 수험서가 대분이고 학술서다운 학술서는 거의 없다. 그래서 학술서적을 전문으로 출판하는 출판사는 늘 힘들다.

굳이 학술서적까지 얘기할 필요도 없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와 일본 만화 <원피스>를 아직도 연재하고 있는 오다 에이치로 작가 중에 누가 더 부자일까? 세계적인 클래식 연주자의 음원수입과 세계적인 팝가수의 음원수입은 어느 쪽이 더 많을까?

말 한마디로 AI가 궁금증을 척척 풀어주는 시대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양질의 고급지식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이건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 인쇄술을 개발한 이후로 항상 그래왔다. 사람들은 컨텐츠가 얼마나 유용한가 보다는 얼마나 재미있느냐에 따라 컨텐츠를 소비한다. 지적 충만감보다는 말초적 쾌락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강제성이 없으면 공부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의 인생 진로를 선택하는 중대한 결정을 위해서도 시간을 잘 할애하지 않는다. 코앞에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아무리 정보기술이 발달해도, 아무리 교육환경이 좋아져도 이런 것들은 근본적으로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넘어설 수 없다. 이런 문명의 이기는 그저 도구일 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 이기를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인간의 몫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AI가 더 발달하고 지식과 정보의 습득이 더 쉬워지더라도 학생들은 여전히 공부하기 싫어하고 정보습득에 소홀할 것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그 기술을 쾌락 추구를 위해 쓸 뿐 정보와 지식의 습득을 위해 쓰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여전히 어이 없는 말과 행동을 할 것이다. 오히려 더 철없는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 20년전보다 더 어려진 요즘 학생들처럼. 이것이 바로 내가 느끼는 정보화의 허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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