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특성상 학생들 교육 관련되는 얘기 위주로 포스트를 올리고 있다. 졸업하면 취업을 해야 하니까 취업관련 상황도 함께 올리고 있다. 그러다 보면 저출산 문제나 기타 관련 현황에 대해서도 올리게 된다. 모두 하나같이 암울한 이야기 뿐이다. 암울한 글만 올린다고 불만인 학생들이 있는 모양인데, 현실이 암울한 걸 어쩌란 말인가?

희망찬 소식이나 좋은 이야기는 왜 없냐고? 방위산업처럼 희망이 보이는 산업군 소식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건 이 블로그의 주제와 별로 상관이 없다. 내 전공과 여러분 전공이 군사학이거나 기계공학 같은 거라면 분명히 썼겠지. 물론, 방위산업체 주식 이야기를 쓸 수도 있겠지만, 내 블로그에서는 특정 산업군이나 특정 기업을 분석하지 않는다. 그래서 등장하지 않는 것 뿐. 뭐, 앞으로 쓸 수도 있겠지. 밀덕 기질 한번 보여볼까?

이런 극히 예외적인 희망적인 소식 이외에는 암울한 이야기 뿐이다. 암울한 현실을 억지로 밝게 쓰는 걸 국뽕이라 한다. 국뽕 유튜버들처럼 애써 국뽕을 하고 싶진 않다. 그건 사실이 아니니까. 그리고 국뽕은 필연적으로 누군가에 대한 혐오를 수반하니까.

원래 국뽕이란 건 분위기가 암울할 때 등장하는 레파토리다. 현실이 암울해서 기분이 우울하니 우리 나라 최고라고 외치면서 억지로 위안을 삼는 것이다. 나치시절 독일이 그랬고, 제국주의 일본이 그랬고, 버블 붕괴 후 일본이 그랬고, 지금의 중국과 우리 나라가 그렇다.

그리고 우리 나라를 돋보이게 하려면 그에 대비되는 혐오대상이 필요하다. 나치에게는 유대인, 제국주의 일본에게는 식민지 조선인, 버블 붕괴 일본에게는 개발도상의 한국인, 불경기 한국에게는 중국인과 조선족, 불경기 중국에게는 한국인이 그런 혐오의 대상이 아닐까? 이런 혐오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내가 이 블로그에 암울한 이야기를 굳이 올리는 이유는, 학생들이 이런 암울한 이야기를 모르거나 이런 이야기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좀 알라고. 알아야 뭔가 대책을 세울 게 아닌가? 국가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블로그 글들을 보면 알겠지만, 정치적인 주제나 논란이 될 만한 주제의 포스트는 이 블로그에 없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검증된 현상만 여기에 올리고 있다. 팩트를 전하려고 신문 기사나 언론사 영상을 올리고 간략하게 한두줄 내 의견을 적는 선에서 학생들에게 현실을 전해주고 싶은 건데, 그게 암울해서 못보겠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런 학생들은 현실을 외면하고 자기만의 세상에서 사는 수밖에. 그러다 언젠가 현실로 나와보면 충격 받고 쓰러지겠지. 아무 대책도 없이.

학생들은 잘 못느낄지 모르겠지만, 10여년간 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봐온 교수로서는 학생들의 대학생활, 학업, 아르바이트, 취업 등 모든 상황이 매년 나빠지고만 있는 게 너무나도 명확하게 눈에 보인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 어느 대학 무슨 학과의 어떤 교수님을 만나도 똑같은 말씀을 하신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이런 현실을 잘 모른다. 일부 학생을 제외하면 알고자 노력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런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고 그래서 암울한 글을 올리는 것이다.

여러분은 미래가 희망차게 느껴지는가? 도대체 어디가?

PS -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점이 있다면, 우리 나라만 암울한 게 아니라 미국 이외의 모든 나라가 암울하다는 점이고, 우리 나라는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음에도 항상 어찌어찌 잘 버텨왔다는 점 정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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