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 증권시장과 투자 분석을 열심히 공부하는것을 

권 : 권장한다 

시 : 시험 공부도 열심히 해야한다 

장 :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부해야한다 

과 : 과할만큼 공부해야 한다 

투 : 투정부리지 않고, 

자 : 자만하지 않고, 

분 : 분명하게 공부해야한다 

석 : 석연찮은 부분 없이 깔끔하게 공부해야한다

 

어느 학생이 제출한 과목명 9행시다. 얼마나 깔끔한가? (이런 정도면 아주 깔끔한 시에 속한다. 대부분의 9행시는 차마 예시로 올리기가...)

 

학생들이 하도 과제하는 걸 싫어해서 이번 학기부터 과제 1은 과목명 9행시(사회과학과수학은 7행시) 짓기로 하고 과제 2는 본인 이름으로 3행시 짓는 걸로 냈다. 내기만 하면 무조건 만점을 준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도 어려운지 어렵다는 푸념을 늘어놓는 학생들이 꽤 있다. 게다가 횡설수설 무리수를 두는 학생도 많고, 심지어 비속어를 쓰는 학생도 있다. 몇가지 유형으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깔끔한 9행시 유형: 위와 같이 아주 적절하게 9행시를 잘 적어낸 학생들이 소수지만 있다. 매끄럽게 말이 되는 몇 안되는 시들이다. 정치적인 내용도 있고, 신변잡기적인 내용도 있고, 나한테 하고 싶은 얘기를 9행시로 적은 학생도 있다! 위의 예시는 내용상 무난해서 예시로 올려봤다.

 

(2) 횡설수설형: 시를 읽어보면 그냥 아무말 대잔치다. 시작하는 글자는 맞는데 내용만 보면 이게 무슨 소린가 싶다. 음식 이야기가 나왔다가 공부하는 이야기도 나왔다가 왔다갔다 갈피를 잡을 수 없다.

 

(3) 무리수형: 끝말 잇기 하면 반드시 질 것 같은 유형이다. 그렇게도 생각나는 단어가 없는 것인가? 예를 들면, "증: 증말...", "과: 과안심을 가지고...", "석: 석(성)공할 수 있는..."... 어휴...

 

(4) 비속어형: 공식적으로 제출하는 과제에 비속어를 쓰다니 참 충격이다. 대표적으로 "시: 시발...". 아오... 진짜 대학생 맞나 싶다. 이 과목 학점을 F로 줘버리려다가 경고만 하고 그쳤다.

 

(5) 이해불가형: 주로 외국학생들이 3행시, 9행시가 뭔지 몰라서 엉뚱한 걸 적어낸 경우가 있다. 그냥 투자에 관한 본인의 생각을 시처럼 적어서 냈다. 전혀 첫글자들이 과목명을 형성하지 않는다. 다시 안내를 하고 다시 제출하라고 문자를 보냈건만 아직도 수정되지 않고 있다. 이러면 0점을 줄 수 밖에 없다.

 

(6) 한시형: 참, 그리고 한시(漢詩)형도 있다. 딱 1편 9행시를 한문으로 적어놨다! 9언절구? 와우! 한학의 내공이 깊은 학생인 듯 하다.

 

9행시가 그렇게 어려운 건가 싶다. 9행시, 3행시 이런 거 말고 Problem Set 내고 풀이한 거 스캔해서 제출하라고 하면 아주 쉬운 과제라고 만족스러워 할까? 과제 2부터 그렇게 해야할지 심각하게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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