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만나다보면 허언증이 있는 학생들을 만나는 일이 종종 있다. 최근에도 허언증이 의심되는 학생들을 만난적이 있는데, 예전에 만났던 허언증 학생들 사례가 생각나서 여기 복기해본다.
사례 1. 내 수업(사회과학과 수학)을 듣던 학생인데 수업 시작전이나 직후에 계속 나한테 본인 이야기를 털어놓는 학생이 있었다. 본인의 꿈은 어느 스포츠 협회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를 가려고 3수를 하다가 실패해서 결국 영남대에 들어왔는데 첫해에는 고대, 둘째해에는 한양대에 합격했었다고도 했다. 고대, 한양대를 합격했었는데 영남대에 왔다는 점이 이상하긴 하지만, 어쨌건 그렇다면 공부 깨나 하는 학생이라는 뜻인데, 중간고사 점수가 영 시원찮았다. 고등학교 수학에서 조금 더 들어가는 정도의 수학인데 말이다. 아니, 고등학교 수준의 미분문제도 제대로 못 푸는 것으로 보였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래서 그 학생 친구들한테 물어보고 알아본 결과 고대 세종캠퍼스,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를 합격했었던 걸로 밝혀졌다. 이러한 사실이 들통난 이후 이 학생은 더 이상 수업 전후로 나한테 말을 걸지 않았고 그 학기를 끝으로 만날 수 없었다.
사례 2. 유명 언론사 기자를 사칭하는 학생이 있었다. 다른 학교를 졸업하고 학사편입한 학생이었는데 본인이 서울 모 케이블 방송 기자를 거쳐서 현재 유명 언론사 정치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내 수업을 듣는 학생은 아니었는데, 내가 인솔해서 서울 경기권으로 학생들을 데려간 학생행사에 취재를 나오고 싶다고 문자로 연락이 왔다. 유명 언론사에서 이 행사를 왜 취재하느냐고 물었더니 학생들 취업난과 그에 대한 대응을 기획취재중이라 했다. 이게 무슨 취업대비용 행사라고 유명 언론사에서 취재 나오느냐, 그리고 정치부 기자가 뭐 이런 걸 취재하느냐, 진짜 거기 기자 맞느냐, 내 연락처는 어떻게 알았느냐 계속 캐물었더니 본인 명함을 사진으로 찍어 문자로 보내왔는데 메일주소가 그 언론사 메일계정이 아니었다. 메일을 왜 이런 걸 쓰냐고 계속 물었더니 취재 나온다는 날에 결국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교수님들께 이런 사실을 공유했더니 이 친구가 듣는 수업의 담당 교수님도 이 친구 좀 이상하다고 하셨다. 이런 얘기를 공유하고 있는 중에 마침 취재로 인해 중간고사 시험을 보기 어렵다는 이 친구의 연락이 그 교수님께 메일로 왔다. 재직증명서와 취재관련 서류를 보내라 했더니 관련서류가 왔는데 여러가지로 이상했다. 일단 메일 주소가 그 언론사 공식계정이 아니었고 그 서류에 찍힌 언론사 주소도 진짜가 아니었다. 이걸 본 또다른 교수님께서 그 언론사에 지인이 있다시면서 바로 전화를 걸어 이런 기자가 있느냐고 문의했더니 그런 기자는 없다고 했다. 이러한 사실을 학생 본인에게 메일로 통보하면서 학교 좀 나와보라 했더니 그 이후로 이 학생은 잠적해버렸다.
이런 학생들의 특징은 일단 교수님들께 적극적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뚜렷한 질문거리가 있거나 심각한 상담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명목상 질문이나 상담을 위한 면담이라 하더라도 핑계에 불과할 정도로 알맹이가 없다. 그냥 본인을 알리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커보일 뿐이다. 속된 말로 관종이랄까. 그래서 교수님들이 조금만 알아보면, 아니 굳이 알아보지 않더라도 학생이 한 말만 잘 살펴보아도 어딘가 모순점이 발견되어 쉽게 발각된다. 애초에 그런 헛점투성이의 거짓말이나 과장이 발각되지 않으리라고 믿는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어린이 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에 따르면 어린 아이들의 거짓말은 친구들이나 어른들로부터 관심은 받고 싶은데 자존감은 낮아서 그렇다고 한다. 칭찬받고 주목받고 싶은데 본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는 그렇지 못할까봐 그런 것이라고 한다. 사랑을 못받아서란다. 저런 허언증 증세를 보이는 학생들도 딱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
PS - 거짓말을 하다 하다 일이 커지면 이웃학교의 이 친구처럼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 누구든 허언증 있는 사람 조심합시다.
https://namu.wiki/w/%EB%B0%95%EC%B2%A0%EC%8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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