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하다보면 황당한 뒷담화에 직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식적인 강의평가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인터넷 여기저기서 내 강의에 대한 비공식 논평의 형태로 뒷담화급 평가가 보인다. 해당 커뮤니티에 대한 완전한 액세스를 얻지 못해서 세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대개 한두줄 짜리 짧은 뒷담화이고 첫 한두줄과 제목은 보이기에 내용이 대충 파악이 된다. 이런 뒷담화를 간혹 마주치면 황당할 뿐이다.


내 의도: 강의내용의 확실한 전달을 위해 같은 내용을 두번 세번 반복한다. 또, 강의를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가기 위해서 관련 실무내용이나 사례를 얘기하거나 관련성이 조금 적더라도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는 편이다.

뒷담화: 교수가 말이 너무 많다.

드는 생각: 그럼 무미건조하게 이론만 딱 설명하고 다음으로 넘어갈까? 못 알아들을 거고 재미 없을텐데... 물론 강의에서 다루는 분량도 2~3배 늘어나고... 황당하다.


내 의도: 학생이 메일로 완전 초보적인 내용을 질문한다. 강의에서 두세번 반복설명했고, 강의동영상이 공개되어 있어 학생 스스로 다시 보면 해결될 질문이다. 그래도 질문이니 답을 해준다. 조금 있으면 또 질문메일이 온다. 내 설명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거나 본인이 질문을 서툴게 해서 내 답변이 본인이 원한 답이 아닌 경우다. 또 답변 메일로 설명해준다. 잠시 후 또 질문이 온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달랜다. 답변으로 자세히 설명해준다. 잠시 후 또 질문메일이 온다. 수식과 계산과정까지 자세히 적어달랜다. 모범답안급 문서를 내놓으라는 얘기다. 이런 메일을 10차례 주고 받으면 당연히 짜증이 난다. 학생 본인은 조금의 노력이나 고민도 안하고 싶으니 교수가 아주 친절하게 갈아서 떠먹여달라는 것밖에 안된다. 그래서 메일로 스스로 찾아보고 조금만 고민하면 해결될 문제인데 다음부터는 스스로 노력 좀 해보고 질문하라고 답신을 보낸다. 물론 어투가 냉랭해지거나 짜증이 묻어있다. 안 그러기 힘들다.

뒷담화: 교수가 매우 불친절하다. 질문만 하면 화를 낸다. 나랑 싸우자는 건가?

드는 생각: 그냥 말문이 막힌다.


내 의도: 온라인 시대에 수업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있을까봐 수업시간을 꽉 채워서 강의하고 간혹 5분~10분 내외로 강의시간이 초과되기도 한다. 시간을 더 들여서라도 학생들한테 더 가르쳐주고 싶어서.

뒷담화: 온라인 강의인데 왜 수업시간을 꽉 다채우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수업시간을 초과해서 강의하기도 한다. 짜증난다.

드는 생각: 아니, 온라인 강의에서 수업시간 덜 채우는 경우 많다고 등록금 환불하라며??? 그럼 강의시간 더 늘려주면 고마운 거 아닌가?


내 의도: 이론 설명 후 책에 있는 문제랑 내가 만든 문제 풀어주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그래야 배운 내용을 활용하는 걸 연습할 수 있으니까. 학생들한테 알아서 풀어보라 하면 못풀고 힘들어하니까.

뒷담화: 설명 20분하고 문제 40분 푼다. 그냥 문제 푸는 거 구경하는 강의다.

드는 생각: 학생 참여형 실시간 수업으로 바꿔서 학생들 직접 풀이 시킬까? 수년간 학생참여를 위해 이리저리 수업방식을 바꿔봤지만 학생들이 수업참여를 원천적으로 싫어해서 없앤 건데 다시 부활시킬까? 아니면 문제는 그냥 학생들이 알아서 풀라고 하고 수업시간에는 이론만 가르칠까? 이론만 가르치고 시험문제 내면 잘 풀 수 있나? 완전 초보적인 질문만 하는 학생들이? 뭐 어쩌란 말인가?


총평: 극소수의 학생들이 하는 뒷담화겠지만 학생들에 대한 인상이 안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무리 배려를 해줘도 그 배려를 권리로 착각하고 불평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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