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바르샤바 대학에 대한 교환학생선발 면접심사를 보았다. 소감은 다음과 같다.

 

1. 스크립트를 줄줄 읽는 학생들이 많다. 심지어 아주 빠른 속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스크립트를 줄줄줄 읽어나간 학생도 있다! 면접심사를 통해 어학능력을 평가하고 싶은데 자꾸만 써 온 걸 읽어내려가면 스스로 어학능력 떨어진다는 걸 인정하는 것 밖에 안된다. 이걸 왜 모르나 싶다. 가능하면 스크립트를 손에 들지 않는 것이 좋다. 발표자료 띄워놓고 자연스럽게 해당외국어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스크립트를 손에 들고서 간혹 컨닝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능력이 떨어진다는 뜻이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하물며,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스크립트를 읽어내려가면 그건 더 이상 프레젠테이션이 아니다!

 

2. 상당수의 학생들이 아직 면접의 의미를 모르는 것 같다. 프레젠테이션이 아무리 자유주제라지만, 왜 내가 이 나라 이 대학에 꼭 가야하는지를 어필하는 시간이 되어야 할텐데 너무나도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이 많다. 외국여행 갔던 이야기를 한다던지, 우리나라 철도시스템에 대해 이야기 한다던지... 면접심사는 단순히 지원자의 영어실력만 평가하는 과정이 아니다. 영어실력을 포함한 종합적인 적합성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그런데도 자꾸 엉뚱한 내용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누누이 얘기해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행정실에서도 이런 안내를 하셨다는데 도대체 무슨 의도로 그러는지 답답하다.

 

3. 일부 학생들은 왜 이 학교에 가고 싶은지를 발표하긴 했다. 하지만, 매우 미흡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1) 영어배우러, (2) 여행하러, (3) 친구 사귀러 폴란드 가고 싶단다. 이런 건 폴란드가 아니라도 되고 교환학생프로그램이 아니라도 할 수 있는 일들이다. 미국에 가도 되고 영국에 가도 되고 프랑스에 가도 된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아니라 어학연수를 가도 되고 여행을 가도 된다. 조금 준비를 더 한 학생은, (4) 폴란드의 물류산업을 배우러 가겠단다. 혹은 (5) 폴란드에 있는 KOTRA에 가서 인턴을 하고 싶단다. 물류산업은 네덜란드가 유럽에서 가장 발달했는데 암스테르담 대학이 아니라 왜 바르샤바 대학이냐고 물으면 무너진다. KOTRA는 폴란드에만 있고 다른 나라에는 없느냐고 물으면 또 무너지긴 마찬가지다. 왜 이 나라에 가서 공부를 해봐야 하는지를 물었을 때 다들 무너져 내렸다. 제대로 대답한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또 (6) 폴란드가 경제학과 경영학이 유명해서 배우러 간다고 주장한 학생들도 있. 폴란드는 1980년대까지 공산주의 국가였다. 따라서 자본주의 경험은 우리나라가 폴란드보다 더 길다. 당연히 경제학과 경영학은 우리나라가 더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차라리 경제학과 경영학이 가장 앞서 있는 미국으로 가지 왜 폴란드냐고 물으면 다들 무너진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뭔가 특수한 이유, 즉, 반드시 이 나라, 이 학교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댄 학생은 단 두명에 불과하다. 어느 학생은 (1)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폴란드는 건실한 경제성장을 보여왔는데 그 원인을 탐구하러 폴란드에 가겠다고 했다. 아주 좋은 지원동기이다. 또 다른 학생은, (2) 바르샤바 대학의 어느 교수님이 행동경영학의 대가라서 그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서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아주아주 좋은 지원동기이다. 이런 게 필요하다. 왜 그 나라 그 학교가 아니면 안 되는지 어필해야 뽑힐 수 있다는 걸 왜 모를까?

 

4. 장래희망과 본 교환학생 프로그램의 관련성을 물으면 상당수의 학생들이 무너진다. 물론, 반드시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본인의 최종 장래희망과 연결될 필요는 없겠지만, 이왕이면 목표의식이 뚜렷하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학생을 더 보내고 싶은 것이 학교 입장이다. 그냥 놀러가고 싶은 학생, 그냥 한번 지원해보는 학생은 거기 갔다가 적응 못하고 돌아와서 학교를 난감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5. 객관적인 학점 및 TOEIC성적과 면접점수는 별로 관계가 없었다. 학점이나 TOEIC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방심을 한 탓인지, 서류상 우수해보이는 학생들이 실제 면접에서는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우선 지원동기라던가 발표내용이 위와 같이 부실한 경우가 많았고, 스크립트를 줄줄줄 읽어내려간다던가 영어질문 자체를 이해를 못한다던가, 대답을 떠듬떠듬 한다던가 해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6. 이런 글 이제 신물이 난다. 도대체 얼마나 명확하게 기준을 제시해줘야 준비를 제대로 할 것인지 정말 답답하고도 환장할 노릇이다. 이런 것까지 떠먹여줘야 하나 싶다. 자! 면접심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을 제시하면 아래와 같으니 앞으로 잘 준비하기 바란다!

 

(1) 본인과 해당 국가 해당 대학과의 적합성을 강조하라!

(2) 왜 이 나라 이 대학이어야 하는지 필연성을 어필하라!

(3) 스크립트를 작성하더라도 최소한 완전히 외워서 면접에 응하라! 다시 말해서, 스크립트 보지 마라!

(4) 자신의 장래희망과 본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동기와 해당 국가 및 해당 대학과의 연관성을 강조하라!

(5) 해당 프로그램과 관련된 훌륭한 어학능력을 보여라!

(6) 외국가서 적응 못하고 돌아와서 학교를 난감하게 만들 일은 없다는 확신을 면접관들에게 심어줘라!

 

다음 학기에도 또 이런 똑같은 사태가 반복되는지 두고보고 싶지도 않다! 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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