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하는 이야기

알바의 목적

조승모 2018. 11. 11. 01:31
학생들한테 물어보면 아르바이트를 안 하는 학생이 오히려 드물 정도로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같다. 주유소에 가든, 편의점에 가든, 음식점에 가든 아르바이트생이 넘쳐난다.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먼저 하는 제자들을 만난 경우도 몇번 있다.

학생들과 상담을 하면서 종종 느끼는 점은, 바로 이 아르바이트 때문에 학교생활과 공부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도대체 시간이 안 날 정도로 너무 바쁘다는 것이다. 심지어 동아리 MT에 지도교수로 따라가보면(2014년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 이후 법적으로 대학생 행사에 교수가 임장지도를 하게 되어 있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참석을 못 한 학생들도 꽤 되고, 동아리 MT를 위해 특별히 아르바이트를 빼먹었다는 걸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학생들도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집안형편이 어려워서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혹은 부모님이나 본인의 인생철학에 의해 대학 가는 순간 경제적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하게 되어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아닌데도 학교생활이나 학업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과하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을 보면 좀 의아하다. 취업난이 심각한데, 저렇게 해서 어떻게 학점 관리를 하고 언제 취업준비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아르바이트로 적은 돈을 벌기 위해 너무 큰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도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지를 내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 물론, 생계나 인생철학 때문인 경우는 빼고.
1. 교우관계, 특히 이성친구와의 연애 혹은 썸을 위한 엄청난 소비(현재 우리 사회는 과소비를 부추기는 사회라 생각한다. 밥값, 커피값, 여행비 등 확실히 학생들이 예전보다 소비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책값은 예외다.)를 감당하기 위해서.
2. 공부와 취업준비를 하긴 해야 하는데, 하기는 싫고, 아르바이트를 공부와 취업준비를 못 하는(안 하는) 핑계로 삼기 위해서.
3. 졸업 무렵에 취업에 실패할 경우 열심히 한 아르바이트를 그 핑계로 삼기 위해서.
4. 주변에 다들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나만 안 할 주관이나 명분을 찾지 못해서.
5.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더라도 딱히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게 될 것 같지 않아서.
6. 미래는 모르겠고 현재만 즐기려고.
7. 부모님께 죄송해서. 혹은 적은 돈이라도 모아서 효도하려고.

생계나 철학 때문이라면 몰라도 이런 이유라면 정말 안타깝다. 공부 안 하려고, 취업 안되려고 애쓰는 것 같달까? 마치 시험기간이 되면 그렇게도 하기 싫던 방청소가 하고 싶어지는 심리와 비슷한 심리는 아닐까? 계명대 사회학과 최종렬 교수의 "복학왕의 사회학"(2017년에 논문으로 발표한 후 2018년에 내용을 확장해서 단행본으로 출간)에도 이 글과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 걸로 보아 이게 단지 나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혹시 오픈북 시험을 보아도 평균점수가 낮게 나오는 것도 아르바이트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