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이야기

분노의 각인

조승모 2018. 12. 5. 21:09
시험범위에서 질문할 게 있으면 질문을 1페이지내로 써서 제출하고 질문이 없으면 교수한테 하고 싶은 말 1페이지 써서 내라고 과제를 냈다. 제출만 하면 5점 준다고 공지했더니 황당한 사례가 몇 개 있어서 적어본다.

1. "한 학기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딱 한줄 써서 냈다.
2. "질문 1. 시험범위가 어디부터 어디까지인가요? 질문 2. 다른 분반과 등급 따로 주시나요?" 이게 질문이란 말인가?
3. "질문: 시험 언제 보나요?" 휴...
4. 글씨가 과도하게 크다. 30포인트 쯤 되려나...

이런 학생들은 출석부에서 사진과 이름을 확인하게 된다. 아무리 학생들 얼굴이랑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이런 황당한 경우에는 기억이 잘 될듯 싶다. 원래 사람의 기억이란 게 뭔가 특이한 점이 있거나 감정과 결부된 경험은 잘 기억하게 되어 있다.

"분노"처럼 강력한 감정과 함께 본인의 얼굴을 나한테 각인시키고 싶다면 이런 식으로 과제를 제출하면 된다. 물론 점수는 준다. 약속했으니까. 이런 식으로 얼굴을 익힌 학생이 벌써 몇명 된다. 휴...